이 알은 누군가를 응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두 개의 구멍 속으로 비치는 불빛은 자신이 응시하고자 하는 대상에 맞춰 움직인다. 메피스토의 알이 향하는 시선은 주로 저주가 깃든 자로, 며칠 뒤에 병에 걸려 시름 시름 앓게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섬뜩하게 여기지만, 이런 성질을 역이용하는 의사들도 존재한다.
병든 자들을 찾아 움직인다.
부화한 뒤에도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흥미를 보이며 계약을 맺으러 다닌다. 특히 절망에 빠져 괴로워하거나, 간절한 마음으로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요 관심 거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길한 기척을 느껴 그다지 환영하지 않지만, 겉으로는 그럴싸한 메피스토의 이야기에 넘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름다운 소설을 들려준다.
지금까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소설을 작성하여 들려준다. 메피스토가 쓴 소설은 마치 희극과 비극이 조화롭게 교차하는 듯 하지만, 마지막은 항상 허무하게 끝난다. 하지만 이런 결말과 다르게 그의 소설은 뛰어난 몰입력과 풍부한 어휘력을 갖춘 매력적인 내용이며 다시 읽어도 소름을 돋게 한다.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자들도 결국 메피스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병든 자에게 허무한 결말을 남기고 떠나는 역병 드래곤이다.
정밀하고 기교있는 말재주를 이용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타인의 정신을 다루는 것도 훌륭해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며 가지고 논다. 메피스토의 계략에 꾀어 희망과 절망이 끝나고 허무로 몰린 자들은 그 어떤 가능성도, 그 어떤 책임도 부정하며 머릿속에는 공허함만 남게 된다.
메피스토(Mephisto)
| 크기: 2.5~2.9m
| 먹이: 고통(주로 정신적인 고통을 먹는다.)
| 주요 발견 장소: 불행이 가득한 곳에서 주로 볼 수 있다.
| 주요 발견 시간: 사계절 내내 발견되며 주로 밤에 발견된다.
이름 | 속성 | 종류 |
메피스토 | 어둠 | 역병 드래곤 |
스토리
희극과 비극, 그리고 허무
마을에 끔찍한 전염병이 돈 지 나흘이나 흘렀다.
한 남자는 기력 없이 누워있는 자신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몸은 계속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도저히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겨내야지, 나는 우리 가족의 희망이니까.’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최대한 견뎠다.
그러던 어느 날, 창문으로 창백한 가면을 쓴 누군가가 보였다.
남자는 그를 보고 매우 당혹스러워 하였다.
섬뜩한 눈빛, 뛰어난 말재주, 검은빛의 깃털을 한 저 드래곤은 메피스토가 아닌가!
그는 병을 가져다주는 사악한 존재다.
“... 당장 사라져라.”
“전 그저 당신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와 계약을 한다면..”
“썩 물러나라고 했지.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대놓고 거절을 하다니, 흥미롭군요.. 저는 죽음을 예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목숨을 살릴지, 죽일지 달려있는 선택인데도 그냥 지나치실 겁니까?”
남자는 한편으로는 그의 말이 솔깃하여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메피스토와 계약을 성립시켰다.
메피스토는 그에게 ‘고통을 느끼지 않는 권능’을 주었다. 대가가 무엇이냐고 묻자, 메피스토는 비밀이라는 대답으로만 일관하였다. 남자는 생각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니, 굉장히 편하군. 나을 때까지 기다리기 훨씬 편해졌어.’
메피스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일 밤마다 그에게 찾아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여러 번 듣다 보니, 특이한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전쟁하다 동시에 멸망한 두 개의 왕국,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한 거대한 난파선, 끝없는 기다림을 붙들다가 지쳐버린 어느 여인의 이야기.. 좋은 마무리이긴 하지만, 이유 모를 소름이 느껴온다. 전부 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하나 하나 개성이 있다..
이야기를 들을 수록, 그의 감각은 점점 무뎌졌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때문에 몸이 빠르게 나아졌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그는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했지만.. 몸이며 마음이며 모두 느려진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삶의 목표가 뭐였는지, 어디서부터 문제가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남자가 질문하자, 메피스토는 사악한 표정을 씨익 드러내며 대답했다.
“좋은 질문이군요.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전에 했던 계약과 관련이 있습니다.”
“뭐라고!”
남자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메피스토는 놀란 기색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과 계약을 맺을 때, 저는 이것 하나를 비밀이라고 하였는데, 기억하시나요?”
“맞아, 나에게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는 대신에 무언가를 대가로 가져간다고 하였지.”
“그게 과연 뭐였을까요?”
남자는 그게 뭔지 느낌으로 알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정말로 뭐였지?’
남자의 머릿속은 끝없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그의 몸은 완전히 나았지만, 마음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는 답을 알고 싶었으나 메피스토는 갑자기 사라졌고, 다시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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