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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빌리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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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어느 날, 의문이 생겼다. 내 의문에 그대들이 대답해줄 수 있는가? 

입 밖으로 꺼내려 들지는 않아도 좋다. 내 눈은 선과 악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볼 수 있었다. 

그대들은 악한 자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에게 어떤 처분을 바라나? 어떤 것이 마땅하다 여기나? 

만약 그들이 죄의 값을 충분히 치르고 죄사함을 바란다 하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는가? 

치를 죄의 값의 기준은 무엇인가? 마음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은 또 무엇인가? 

악한 자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금전을 내도록 하는 것? 

악한 자가 기나긴 시간 동안 세상 밖에서 유폐되어 사는 것? 

악한 자가 떠난 자들과 같은 명을 맞고, 유황불 속에서 불타오르는 것? 

악한 자의 짧디 짧은 여생이 끝없는 고통과 조롱, 감시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 

악한 자를 심판하기 위해 법이 있으나, 이유가 있는 자에게는 법의 처벌은 가혹하다 하여 규범 속에 감정을 섞고는 한다. 

허나 감정은 오히려 업보에 비해 과하고 지나친 비난과 조롱을 일으키고는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타오른 감정은 이내 불이 붙은 미류나무 씨앗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애초에, 선한 자가 작은 실수를 저지르면 악한 자가 되는 것인가? 

이태껏 해왔던 모든 진실된 선행이 있는데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죄인이 되는 것인가? 

애초에 선과 악의 구분은 무엇이지? 악한 자가 선한 일을 행한다면? 선한 자가 악한 일을 행한다면? 

마음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행동이 중요한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너무 깊게 파고드는 걸지도 모르나, 그대들은 이것이 쉽다 생각하나? 

그렇게 되면, 죄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라면? 

비판과 비난의 기준은 무엇인가. 처벌과 무죄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의와 불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참회와 심판의 기준은 무엇인가. 

죄인이  진심으로 죄사함을 바라며 참회하고 값을 치루려 한다면, 새로 태어나려고 한다면... 

선해질 수 있다 생각하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한 다른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하였다. 

수도 없이 많은 죄와 심판을 보아왔는데 아직도 찾지 못하였다. 나날이 내 의문은 늘어만 가고, 누구도 확실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만은 알고, 또 믿는다. 진심으로 죄를 속죄하면 누구나 선해질 수 있다고. 

벌을 받고 난 후의 속죄는 뒤늦은 후회, 그러니 내가 말하는 것은 자발적인 속죄이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붙잡는 속죄이다.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 

그런 경우는 아직 별로 본 적이 없다, 죄악은 모든 이들이 싫어하는 것임과 동시에 모두가 품에서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어느 것보다도 굳게 믿고 있다, 누구라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생각해봐도 터무니 없다. 눈으로 보인 것은 믿지 않고, 정작 보이지 않은 것을 믿다니. 

다만 머리가 확신에 딴죽을 걸고 주변 사람들이 의견을 부정할 수록 내 의문은 쉴새 없이 늘어났다. 끝없는 의문이 제 마음에 달라붙어 굳고, 쌓이고 다져지다가... 

하나의 사상이 된다. 

...인류는 모두 평등하다는데, 그들이라고 안 될 것이 무어 있겠나. 

나는 도울 것이다. 그들이 죄를 벗어던지고 다시 태어나도록,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겠다. 

그리 생각하자, 이제서야 눈 앞이 좀 선명해지고, 이제서야 확신이 든다. 

이 세상에는 분명 우리가 악이라고 부르는 일들이 쉴 틈 없이 일어난다. 생명이란 모름지기 그런 법이며, 그렇기에 심판자들이 필요한 것임을 안다. 그러나 나는 모두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길 바란다. 

세상 모든 존재들이 완전히 선하기만 할 수는 없다. 우리도 우리 만의 욕심, 이기심, 그런 것들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니 

믿는다. 시도한다. 나아간다. 나아갔다. 

그러면 분명히... 

.
.
.


죄인의 죄사함을 바란 한 드래곤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를 기억한다. 늘 호기심이 많은 드래곤이었지.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지고, 의문의 해답에서 새로운 의문을 찾아내던 드래곤이었다. 끝없는 의문을 떠올리고 되새기고 반추하던 드래곤. 

그리고 또한 그를 업보의 청산으로서 처벌할 때를 기억한다. 

그를 심판대에 올리고, 우리는 저울 아래 선 그를 향해 윽박지르듯 외쳤다. 

'더 없을 죄를 저지른 이여. 왜 그런 것이지? 왜 죄인들을 놓아준 것이지?' 

그럴 때마다, 그가 속삭이듯 나즈막히 말했다. 

'나는 그저 선을 행했을 뿐이다.' 

무어라 더 말하든 간에, 그는 그저 같은 말만 반복했다. 담담히, 두려움과 후회 하나 없이. 

그런 것이 선이라는 알 수 없는 주장을, 그저 반복했다. 

참회는 커녕, 최소한의 반성의 기미조차 없었다. 우리는 그에게 대역죄로서 사형을 선고했다. 

징벌의 주문을 외우자 하늘에서 붉은 빛이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것은 창처럼 그의 가슴을 꿰뜷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아니. 놀란 눈치이긴 했어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하늘의 징벌은 결코 악한을 봐준 적이 없다, 결코 죄인을 살려둔 적이 없다. 

결코 악의를 용서한 적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하늘은 그를 선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하늘이 거부한다 하여도, 우리는 죄를 심판해야만 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고, 이를 행했다. 우리 스스로 징벌을 내린 것이다. 

석상이 되어 봉인되는 그 순간에도, 그의 노란 눈은 쉴 틈 없이 움직이며 끝없는 의문을 표했다. 

'선을 행했음에도... 이것이 죄란 말인가?'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렇게 그의 드넓은 뿌리와도 같은 의문은, 해결되지도 이해되지도 못한 채 굳어져 묻혔다. 

끝끝내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영원히 그럴 일은 없겠지. 우리는 여기서 죄와 악을 징벌하고, 그는 삶의 이유였던 의문들과 함께 영원히 잠들어 있다. 

...잠들어 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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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만큼 슬루하와 딱 어울리는 말은 또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카코 4탄 용들은 모두 의도는 좋았던 케이스라서 씁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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