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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빌리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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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같은 아쉬움

(※) 개인 해석 주의

(※) 좀 깁니다

 

" 그래서, 너희는 이제 어떻게 할 거지? "

 

전투의 열기로 아직도 스파크가 튀는 팔을 내려다보던 피데스가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받은 세 드래곤은 당황한 듯 잠시 피데스를 바라보았다. 승리의 기쁨,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안도를 즐기기나 하지 왜 갑자기 심오한 질문을 한단 말인가.

 

얼떨떨한 세 드래곤의 표정을 본 피데스는 그 주제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 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실은 다크닉스를 계속 따르고 싶었지만, 그는 지금 봉인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

 

차갑고 똑 부러진,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피데스의 입은 약간 호선을 그리고 있던 것도 같았다.

 

" 실망이 크겠네, 넌 누구보다도 어둠의 세계를 기대했잖아. "

" 조금은 아쉬워.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걸로 한결 안심할 수 있으니까. "

 

루시오의 말에 피데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비록 어둠의 세계를 만들어줄 그 드래곤은 돌아오면 안되는 존재가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피데스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것은 앞으로의 나날에 있을 위험을 조금이나마 덜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눈 앞의 동료들 덕분일까.

 

" 내가 살던 곳도 조용하고 어두운 것은 마찬가지고. 그런데 너희는 어떻게 할 건지 좀 궁금해져서 말이다. 루시오, 넌 어쩔 거지? "

" 어? 왜 하필 내가 먼저냐? "

" 나 다음으로 먼저 들어왔으니까. "

" ...그게 다야? "

 

피데스에게 지목받은 루시오가 불만 반 장난 반으로 혀를 날름거리더니, 환각을 보고 싶냐는 듯 날개를 펼치는 시늉을 했다.

 

세 명은 그것을 보고 잠시 움찔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곧잘 다른 세 명을 괴롭혀 미움을 사던 루시오였지만, 지금은 그저 장난 정도였으니까.

 

날개를 익살 맞게 펼쳤다 말았다 하던 루시오는 이내 장난스레 킥킥대며 대답했다.

 

" 나도 아마? 근데 바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내 환각이 이렇게나 강해졌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빛 속성들한테도 써먹어봐야지! "

" ...너도 참 한결 같군. "

 

살벌하게 키득거리는 루시오를 보며 피데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시크레타 네 명 중에 세 명이 빛을 싫어하기는 해도, 다른 두 명은 루시오처럼 먼저 시비를 걸진 않았다.

 

" 뭐 어때, 몇 년이나 참았다고! "

 

쉬익, 루시오가 투덜대며 말했다.

 

" 그래. 루시오는 그렇다는데. "

 

피데스는 다음 드래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뚱한 표정으로 안 그런 척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오벡스와 눈이 마주쳤다.

 

" 넌 어떻게 할 거지, 오벡스? "

" ... "

 

공간 위에서 턱을 괴고 있던 오벡스는 자세를 바꾸는 척 시선을 피했다. 참 한결 같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군, 피데스가 생각했다.

 

" 오, 나 얘는 진짜 궁금해! 우리 은둔형 외톨이 드래곤은 뭐 할 거야? "

" 너 이... "

" 루시오. "

 

반 진담으로 담아 자신을 놀리는 루시오를 사납게 쏘아붙이려던 오벡스와 루시오를 제지하려던 플로레의 말이 겹쳤다.

 

두 드래곤은 놀란 듯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오벡스가 물러나듯 입을 다물었다. 얼핏 시비로 들릴 수 있는 자존심을 내세워 뱉은 사나운 말보다는, 플로레의 부드러운 타이름이 낫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 농담이라도 듣는 사람이 싫어하면 농담이 아니에요. "

" 에이, 플로레는 맨날 오벡스 편만 들어줘. "

 

투덜거리는 루시오와 달래는 플로레를 뒤로 하고, 침묵을 유지하던 오벡스가 입을 열었다.

 

" 나는... 이 세상을 좀 더 돌아다닐 생각이다.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 ㅡ """

 

세 드래곤이 놀란 달토끼같은 눈으로 오벡스를 바라보았다. 뭐?

 

" ...뭘 그렇게 보는 거지. "

" 조금 의외라고 생각해서... "

" 음. "

" 상상도 못했어. "

" ... "

 

플로레가 얼떨결에 한 말에 피데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루시오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덧붙였다.

 

오벡스는 말없이 세 명을 째려보고는 ㅡ 플로레는 중간에 사과하긴 했지만 ㅡ 사납게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갔다.

 

" 내가 살던 곳은 이미 빛에 물들어버렸다, 그러니 너희랑은 다르게 난 돌아갈 곳이 없어. 하지만 내가 쉴 곳은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 아주 멀리 가도 괜찮겠지. "

 

오벡스는 그렇게 말하며 플로레를 곁눈질로 바라보고, 플로레의 이마도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 ...있다면 찾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이야. "

" ... " 

 

플로레와 시선이 마주치기 직전, 오벡스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어색해. 

 

" 그럼 이제... " 

 

피데스가 플로레의 생각을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 아, 저는 아직 생각해보고 있어요. " 

 

어색한 분위기를 신경 쓴 것인지, 플로레가 털을 정리하는 척 이마의 깨진 보석을 자연스럽게 가리려 하며 말했다. 

 

" 피데스처럼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오벡스처럼 좀 더 세상을 돌아다닐지... 직접 선택해보는 건 새롭네요. "

" 그럼 나랑 빛 속성들한테 장난치러 갈래? "

" 그건 사양할게요. "

" 에이. " 

 

루시오가 큭큭거리며 묻자 플로레가 작게 웃으며 사양했다. 

 

괜찮은 척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정말 한결 같군, 피데스가 생각했다. 

 

" ...플로레. "

" 네? " 

 

문득, 턱을 괸 채로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던 오벡스가 입을 열려다 멈췄다. 

 

" ... "

" 오벡스? "

" 아니, 아무것도. " 

 

원래 하려던 말은, 말했다가는 괜히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았다. 오벡스는 괜히 한숨을 내뱉으며 무언가 말하려던 것을 후회했다.

 

아, 하지만 플로레는 오벡스가 하려다 만 그 말을 알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예지는 할 수 없어도, 오벡스를 잘 알았으니 예측할 수 있었다.

 

오랜 침묵. 항상 둘의 대화는 침묵으로 끝나고는 했다, 그게 서로를 미워해서는 아니었지만.

 

" ...어, 아무튼 우리 서로 각자 갈 길 가는 건가? " 

 

루시오가 어색해질 뻔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을 꺼냈다. 

 

" 넷이서 몇 년 동안이나 같이 지내서 그런가, 실감이 안 나네. 난 당장이라도 피데스가 작전 모의 시간이라고 무섭게 끌고 갈 것 같은데. "

" 무섭기는, 그렇게 안 하면 넌 오지도 못했으면서. " 

 

갑자기 자신에 대한 악평이 루시오의 입에서 나오자, 피데스가 약간 짜증을 섞어 말했다. 아무리 장난이래도 자신은 루시오를 무섭게 한 적이 없으니. 

 

" 맨날 똑같은 얘기만 하니까 안 가지, 이 완벽주의자야. "

" 안 오는 게 아니라 못 오는 거겠지, 루시오. 넌 시간을 지키는 게 서투르니. "

" ...아니거든? " 

 

루시오가 눈동자를 왼쪽으로 굴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연하듯 대답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자꾸 티를 내니, 루시오는 거짓말이 서툴렀다. 

 

그 모습을 오벡스는 한심하다는 듯, 하지만 신경쓰이는  듯 바라보았다. 

 

" ...나 원. "

" 오벡스는 피데스와 루시오가 싸울 때마다 신경쓰는 것 같네요, 두 분이 다투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 

 

플로레가 오벡스에게 다가와 옆에 앉고는 부드럽게 말하자, 오벡스는 급하게 관심없는 척 대답했다. 

 

" 그런 적 없어, 싸우든 말든 내 상관 아니니까. "

" 하지만 정말로 다툴 것 같으면 제가 중재하는 걸 도와줬잖아요. "

" ... "

" 하하... 너무 노려보지 말아주세요. "

" 안 노려봤어. " 

 

괜히 무안해져 툴툴거리는 대답에, 플로레는 웃음을 참기 힘들어졌다. 아, 하지만 그랬다간 정말로 화를 내겠지, 플로레는 자연스레 입을 가리며 미소를 가라앉혔다. 

 

잠시 뒤, 중재할 필요도 없이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피데스가 말했다. 

 

" 그래. 이젠 정말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거겠지. ...루시오의 말대로. " 

 

피데스는 다른 세 드래곤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긍정을 표하는 것을 보며 ㅡ 그리고 루시오가 자신이 방금 말했다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ㅡ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드래곤들은 서로 고향도 살아온 방법도 합류한 이유도 달랐다. 그 탓에 처음에는 불화 만이 일어났고, 그들을 하나로 모은 어둠의 수호자의 덕으로 겨우 유지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은 서로를 아끼게 되었다. 

 

자신과 동료의 죽음을 각오해도,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저절로 몸을 내던질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관계가 나아질 수 있었을 거라고, 처음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 아쉽군. " 

 

피데스가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뭐? '

" 아쉽다고 했다. 너희와 작별한다는 게 아쉬워. "

"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는데. "

"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너희와 작별하게 되어도 아무 감흥도 없을 거라고. "

 

오벡스의 말에 피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려니 너무나도 아쉬워. "

 

그렇게 말하자 셋은 다시 피데스를 바라보았다.

 

고향도 살아온 방법도 합류한 이유도 달랐다, 성격이나 사고방식은 말할 필요도 없고.

 

완벽주의자, 서투른, 사나운, 성실한. 맞을 것이라 생각하면 엇갈리던 사이였고, 그렇기에 서로를 달갑지 않아 했는데, 지금은 작별하기에는 너무나도 정이 들었다.

 

목적을 위해서라고 해도 몇 년 동안이나 함께 있었고, 때로는 서로 의지하고 아꼈다. 전투에 나설 때는 누군가가 위험에 처해도 지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결국에는 자신에게 올 피해를 감수하고 지켜낼 정도로.

 

네 마리의 드래곤은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지만, 아마 넷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저 누가 먼저 입을 열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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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시크레타 모두 등장하는 소설이네요. 개인적으로 팀원들이 서로 아끼는 가족같은 관계인 경우를 좋아하고, 원작에서 이 넷이 어떤 사이인지 안 알려줘서 멋대로 생각해보고 썼습니다.

피데스 쓰는게 제일 힘드네요, 너무 사나운 애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순한 애는 전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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