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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빌리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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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이렇게 좋은 밤

( ※ 개인 해석 포함. )

( ※ 좀 깁니다. )

 

" 좋은 밤이에요. "
" ... "

고목을 닮은 드래곤이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지만, 차가운 표정의 드래곤은 무시하려는 듯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 밤 공기가 맑네요. 내일의 일을 생각하면, 잠시 산책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더군요. "
" ... "
" 내일로, 세상의 운명은 정해지겠죠. 그리고 우리의 운명도요. "
" ... "
" ...너무 노려보지 말아주세요, 오벡스. "
" 안 노려봤어.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플로레. "

흠칫. 막 플로레를 곁눈질로 노려보려던 오벡스가 말했다.

" 그것에 관해서는 이미 말했어요. 역시 노려보려던 거죠? "
" ...예지로 그런 것도 볼 수 있나? "

능력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는군. 오벡스가 짜증을 섞어 말했지만, 오히려 플로레의 표정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야, 지금 이 순간은 마치 편안한 예전같았으니까.

" 이번 건 예지가 아니라, 예상이에요. "
" 뭐? "
" 당신은 기분을 언짢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섭게 노려보니까요. "
" ...기분이 언짢을 거라고는 알았나 보군. "
" 모를 수가 없죠. "

플로레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오벡스는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몇 달 동안이나 말 한 번 붙이지 않던 드래곤이 왜 이제와서 이런단 말인가.

" ...그래서, 무슨 용건이지? "
" 무슨 의미인가요? "
" 넌 불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아, 내게 볼 일이 있어서 말을 건 게 아닌가? "

그게 아니라면, 몇 달 동안이나 대화 한 번 없던 이가 갑자기 왜 말을 걸겠나. 그리 생각하며 오벡스는 대답을 기다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플로레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길게 뜸을 들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기다림 속에서 오벡스는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 반쯤 맞아요. 객관적으로는 불필요한 일이지만 제게는 필요한 일이거든요. "
" 허. ...네가 그런 걸 따지던가? "
" 가끔은요. 들어주실 건가요? "
" 일단은. "
" 고마워요. "

평소와 같은 퉁명스러운 대답에 플로레가 작게 풋, 하고 웃는 소리를 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그래,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 미안해요. "
" ...음? "

플로레의 말은 그 말을 시작으로 운을 뗐다. 오벡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플로레를 올려다 보았지만, 이내 그 말을 차분히 듣기 시작했다.

" 한동안 제가 당신을 피한 일, 그래서 우리의 관계가 서먹해진 일. 그것에 대한 사과에요. "
" ...이제 와서? "
" 이제라도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계속 서먹하게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플로레가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맑은 검은빛, 그 사이에 놓인 불빛들이 푸른 눈동자에도 떠올랐다.

"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
" ... "
" 몇달 전, 세번째 눈이 운명을 보여주었어요. 논과의 전투에 대한 운명이었죠. "
" ...설마, 결과가 나온 건가? "
"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 ㅡ문득, 플로레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오벡스를 바라보았다.

어라. 플로레의 옆모습을 멍하니 올려다 보고 있던 오벡스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 앙칼졌다는 듯이 풀린 표정을 보고, 말이 턱 막혔다.

아, 정말 예전 같았다. 특별할 것 없이 안부 인사를 하거나 가끔 잡담을 나누던 그 때. 후회가 밀려왔다, 뒤늦은 후회가.

" ... "
" ...왜 말을 하다가 마는 거야. "
" 아. ...미안해요, 잠시 어지러워서요. "

플로레가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간 굳은 표정은 오벡스의 눈에 잡혔다. 괜찮나? 한 마디가 목 아래에서 맴돌았지만, 글쎄.

" ...내일이 그 날인데,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어쩌라는 거야. "

그런 다정한 말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고집을 부렸으니, 평소처럼 예민한 반응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래도 누가 모르겠어, 나름대로의 서투른 걱정이라는 걸. 플로레는 절로 웃음이 나려는 걸 참았다.

"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
" 마음대로 생각해라. "
" 그렇다고 생각할게요. "
" 진짜 마음대로 생각하는 군. "

오벡스는 무안해져 괜히 땅을 발로 찼다. 그런 모습을 볼 수록, 플로레의 입은 계속해서 무거워져만 갔다.

정말로 말해야 할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말하지 않는 편이 더욱 좋았다. 잃는 게 훨씬 적었고, 플로레에게 있어서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 오벡스. "
" 왜. "
" 세번째 눈이 말해주었어요. 당신은 이번 전투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

이것은 말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예민하고 날카로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평온함을 품은 오벡스를 보고, 플로레는 그래야만 하는 필요를 느꼈다.

" ... "
" ... "

아주 오랫동안 침묵, 그리고 가끔 틈새를 채우는 바람 소리가 밤하늘에 있었다.

두 드래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저 앞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피했지만 서로가 싫어서는 아니었다, 단지 서로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정적이 끝나면 달도 별도 숨은 밤하늘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느껴졌다. 긴 침묵과 함께 했던 생각과 각오 끝에, 오벡스가 나즈막히 말했다.

" 그런가. "
" ...네. "
" 나한테 말해주는 이유가 있나? "
" 그건... "

예상은 했지만,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플로레는 입이 저절로 다물어지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 방금 전에도 고민했지만 결국은 말했지 않나.

왜 그걸 말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플로레는 말하려고 했다.

" 단지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에요. 참 이기적이죠, 안 그런가요? "
" ... "
" 오벡스. 전 당신이 살기를ㅡ "
" 그만. "

오벡스가 그 말을 끊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흔들리는 보라색 눈동자를 숨기려 시선을 앞에 고정했다.

" 이유가 있냐고 물었지, 그게 뭐냐고 하지는 않았다. "
" ... "
" 있으면, 고개만 끄덕여.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

플로레는 놀란 표정으로 오벡스를 내려다 보았지만, 이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있는 거군. "
" ...네. "
" 그냥 모두 잊어버려, 방금 내가 한 질문하고 같이. "

오벡스는 여전히 플로레의 시선을 피했지만, 그 푸른 눈동자가 약간의 물기로 빛나는 것은 느꼈다.

이래서 빛은 싫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게 만들잖아.

" 좋은 밤이야. "
" ... "

오벡스가 어쩐지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지만, 플로레는 그 모든 운명을 무시하고 싶은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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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전 오벡스랑 플로레 조합이 분위기가 잘 맞아서 좋아요. 사실 시크레타라면 모두 좋지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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