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어두컴컴한 연구실에 환한 불빛이 드리워지며,
철컥!
문이 열리고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들어섰다.
-으르르르르…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케이지 하나.
케이지 안에선 축구공만큼이나 작은 드래곤 해치가 본인 키보다 8배는 큰 연구원들을 올려다보며 이빨을 내밀고 으르릉거리고있었다.
비록 체구는 작았으나, 그 눈빛에는 반항심이 잔뜩 어려있었다.
“이녀석은 어떻게 진행되고있지?”
연구원들 뒤로, 검은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대표님, 아직 테이밍이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반항이 심한 녀석이라서요…”
손에 서류철을 든 연구원이 답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주었는데… 아직도 저렇게 눈가세 반항기가 어려있다니… 쯧…”
대표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본인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해치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새로운 드래곤이 도착했다. 이녀석은 그냥 폐기해.”
회장은 이 말을 끝으로 홱 돌아서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남은 연구원들은 아직도 케이지 안에서 경계하고있늕해치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한 연구원이 물었다.
“할 수 없지 뭐. 잔인한거 싫어하면 눈 감아라.”
“그래서… 이녀석의 이름은”
연구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괴성을 뒤로하고, 회장은 막 연구실 안으로 들어온 케이지 속 해치를 보면서 물었다.
“라비라는 드래곤입니다.”
케이지를 들고온 연구원이 답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놈을 완벽하게 내 말에 복종하도록 만들도록. 저기 저 베타녀석처럼 더이상 아까운 드래곤을 낭비하기는 싫거든.”
케이지를 든 연구원은 그대로 연구실 안으로 향했다. 연구실 안에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드래곤들은 죽으면 소멸한다는게 정말 다행이지.”
대걸레로 바닥을 쓸던 연구원이 중얼거렸다.
케이지를 든 연구원은 케이지를 열어 조심스럽게 잠들어있는 노란색의 새끼 드래곤을 꺼내들었다.
“너는 굉장한 ‘물건'이 될거야.”
마치 침대에 누운 아기에게 속삭여주듯 연구원은 해치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주었다.
‘여기는… 어디지…?’
잠에서 깨어나보니 보이는 풍경은 낮설었다.
눈 위로 펼쳐진 흰색 천장과 주변을 감싼 인공적인 불빛.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것을.
“여기서 나가야 해!”
나는 서둘러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끄아악!”
마치 온몸이 찢기는듯한 통증과 함께 나는 그대로 뒤로 세게. 튕겨져나갔다.
“불쌍한것…”
뒤로 발랑 자빠진 나를 누군가가 일으켜세워줬다.
“누… 누구세요?”
나는 살짝 움찔하며, 나를 일으켜세워준 드래곤에게 물었다.
“나는… 텔로스야. 감마라고 불러도 돼.”
여기저기 붉은색 푸른색 털이 난 검은색 드래곤이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라비라고해.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리저리 둘려보며 물었다.
“나도 몰라. 태어났을때부터 여기에서 살았거든. 아마도 연구실이라고 부르는곳인것 같아.”
“나는 왜 여기있는거야?”
“낸들 알겠니? 방금 전에 연구원이 널 이리로 안고오는걸 봤어. 아마도 너는 ‘밖’에서 왔나보네.”
텔로스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대체… 밖이란 어떤 곳이야? 나는 태어나서 이곳을 한 발짝도 나서본적이 없거든.”
“어…”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무척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초록빛 나무들이 들어서있고, 푸른 하늘이 넓게 깔린…”
“역시 역시! 하늘은 푸른색이었어!”
텔로스는 무언가 엄청난것을 알아낸듯 신나서 방방 뛰었다.
“나는 이때까지 하늘이 하얀색인줄 알았거든. 저 위에 하얀색 천장처럼 말이야.”
그때, 저 뒷편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텔로스! 좀 조용히좀 해!”
뒤이어서 붉은빛 털을 가진 드래곤이 터덜터덜 걸어나왔다.
“오! 뭐야, 너 여기 새로 들어왔니?”
드래곤이 나를 신기한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라비야! 만나서 반가워!”
나는 방긋 웃으며 드래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래 뭐… 프로토라고 불러.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그렇게 웃음지을 수 있는 너가 참 부럽네.”
뒤이어서 프로토의 목소리를 듣고 두 마리의 드래곤들이 더 다가왔다.
각각 자엘이라고 불리는 초록색 깃털달린 드래곤과 알타르라고 불리는 몸 여기저기 금속판이 붙은 흰색 드래곤이었다.
“모두 다같이 새 친구 라비를 환영해주자!”
연구실의 모든 불이 꺼진 그날 밤, 케이지 안의 전등을 활짝 킨 텔로스가 나머지 드래곤들에게 외쳤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상황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마치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이 기뻤다고만 해야하나? 그러나 나는 몰랐다. 다음날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이다.
“이거놔! 이거놔!!”
아침부터 나를 잡아챈 연구원의 손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던 내가 외쳤다.
연구원을 나를 대리고 이상한 공간으로 향했다. 사방에 기계들이 널려있었고, 이상한 쇠꼬챙이들이 잔뜩 널부러져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철컥!
다리 위에 이상한 금속 팔찌가 채워지자,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이상한 수술대 위에 올라간 나를 4명정도 되는 연구원들이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시작하자.”
저 뒷쪽에 있던 연구원의 말에 나머지 네 명의 연구원들은 곧바로 내 한쪽 다리를 붙잡았다.
한 연구원이 길고 날카로운 바늘을 가져오더니 그대로 내 팔 속으로 찔러넣었다.
“으아악!”
나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샘플 채취 완료했습니다.”
연구원이 바늘을 팔에서 뽑아내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케이지로 보내졌다.
“이거 뭐야? 커다란 바늘로 내 다리를 찔렀어. 엄청 아팠어!”
나는 울먹거리며 프로토에게 안겼다.
“그정도는 안아픈거야…”
프로토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뒤이어 다른 방에 가 있던 텔로스가 돌아왔다.
“푸하하하하! 텔로스 너 그게 뭐야!”
나는 돌아온 텔로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분명 어제 목 끝에 살짝 삐져나와있었던 빳빳한 붉은색 푸른색 털들은 이제 텔로스의 다리와 팔에 엉성하게 자라나있어다. 마치 손이 서툰 퍼페티어가 만들다 만 봉제인형같았다.
“라비 너 그런말 하면…”
뭔가 화난듯한 자엘이 내게 다가오려 하자 텔로스는 괜찮다며 급하게 자엘을 붙잡았다.
그날부로 텔로스는 물론 프로토와 자엘, 알타르의 몸에는 점차 이상한 털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상한 금속판을 붙이고 온 날도 있었다. 물론 나도 하루하루 이상한 바늘에 찔리느라 고통스러웠지만, 텔로스는 늘 나를 웃게 만들며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그리고 분명 그날도 그랬어야 했다…
연구실 벽면에 걸린 전자시계가 아침 9시를 가리키자 문이 열리며 연구원들이 들어섰다.
연구소에 들어온지 한 달쯤 됬나? 이제 이런 일상도 익숙해졌다.
“일어나라 라비.”
알타르가 잠들어있던 나를 흔들어깨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타르가 잠에 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곧이어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케이지 문이 열리더니 연구원 한 명이 텔로스를 데려갔다.
“다들 조금만 기다려라, 아마도 내일이면 밖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깐.”
평소와는 다르게, 텔로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라? 왜 나는 안 데려가지?”
분명 연구원들이 텔로스를 데리러 왔을때 다른 드래곤들도 같이 데리고 가야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1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텔로스를 데리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곧, 아무도 없는 연구실 안은 조용해졌다.
“왠일로 우리를 이렇게 내버려두는거지?”
자엘이 의문스러운듯 말했다.
“몰라. 아무튼 나는 주사 안 맞아도 되서 좋아.”
나는 기분좋게 벌렁 드러누웠다. 자엘이 펄럭 하며 큰 날개를 펼쳐 내 몸 위로 덮어주었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
쿠웅!
갑작스럽게 들리는 굉음에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
다른 드래곤들은 전부 방금 텔로스가 들어간 연구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실험만 끝나면 다들 내보내주는거 맞지?”
텔로스가 본인을 데려가는 연구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분명 어제, 실험이 끝날무렵 연구원들은 오늘 실험만 잘 끝난다면 다같이 내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연구원은 대답이 없었다. 평소처럼 텔로스의 네 다리에 족쇄를 채우고는 침데 위에 눞일 뿐이었다.
곧이어서 평소의 2배쯤 되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1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텔로스의 주의를 빙 둘러싸자 텔로스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대체 사람이 왜이렇게 많…”
곧이어 작은 칼을 든 연구원이 다가왔다. 텔로스는 당연히 칼이 평소처럼 팔이나 다리로 향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칼이 향한곳은 다름아닌 머리였다.
쿠우웅!
“저거 잡아!”
저 문 안쪽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
소음은 점차 커져갔다.
“프로토?”
프로토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것이 보였다. 마치 무척이나 겁에 질린듯 미동도 없이 계속해서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콰아앙!
그떄, 문이 폭발하듯 산산조각나며, 괴상한 모습의 텔로스가 튀어나왔다.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머리에 철조각이 잔뜩 박혀있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다 다들… 도망…”
텔로스가 우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연구원이 쏜 전기총에 맞고 그대로 털썩 쓰러져버렸다.
연구원들이 다시 연구실 안으로 사라지고, 나는 말없이 프로토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문이 사라진 탓일까? 나는 연구실 안쪽에서 나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무언가 딱딱한것을 자르는듯 들려오는 날카로운 톱날 소리와 함께 묻어나오는 고통스러운 텔로스의 비명소리.
“시간이 없다. 이제 때가 됬다.”
알타르는 서둘러 케이지 한쪽 구석으로 다가서더니, 바닥 부분을 살짝 뜯어냈다.
“프로토, 자엘, 이거 받아. 라비도. 원래는 텔로스 거지만…”
알타르가 건네준건 이상한 쇳덩어리였다. 마치 연구실 안쪽이서 보이는 이상한 기계의 부품같았다.
“지금부터 내가 알려주는 대로 조립해. 이걸 이용해서 저 벽을 뚫고 탈출한다.”
알타르의 설명에 따라 우리는 각자 손에 들린 쇳조각들을 조립했다. 뒤이어 완성된것은 마치 연구원들이 가지고 다니던 총이라는 물건과 굉장히 비슷하게 생긴 무기였다.
뒤이어, 알타르는 본인의 몸에 달린 철판 하나를 뜯어내더니, 평소 우리를 이곳에 가둬놓고 있던 케이지 입구에 둘러진 자기장 방어막 생성기로 향했다.
파지지직….
알타르가 철판으로 생성기를 세게 내리치자 생성기에서 불꽃이 튀며 방어막이 사라졌다.
“다들 서둘러 나가! 눈치채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 한다!”
프로토의 외침에 나 포함 네 마리의 드래곤들은 서둘러 케이지에서 벗어나 우리를 바깥 세상에서 떨어뜨려놓던 연구실의 철문으로 향했다.
“첫 번째 총알!”
프로토의 외침에 자엘이 손에 들려있던 총을 발사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철문이 터져나가며 연구실 벽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ㅁ.. 뭐아!!”
“드래곤들이 탈출한다!!”
굉음을 듣고 놀라서 뛰쳐나온 연구원들이 소리쳤다. 뒤이어 요란한 사이렌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이 연구소는 생각보더 훨씬 넓어!”
다들 앞장서는 프로토를 따라 길고긴 연구소의 복도를 따라 질주했다.
“두 번째 총알!”
곧이어 두 번째 철문이 우리를 가로막자 프로토의 외침에 알타르가 총을 발사했다.
콰아아아앙!
그렇게 두 번째 문도 통과한 우리는 연구원 여러명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큰 통제실같은곳을 가로질러갔다.
“경비!!”
“저거 잡아!!”
“실험은 다 끝난건가? 빨리 감마 투입시켜!”
벽에 달린 큰 스크린으로 연구실 상황을 지켜보던 연구원들이 소리쳤다.
“잡히지 않게 조심해라! 잡히면 그대로 끝이다!”
여기저기서 덥쳐오는 연구원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우리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거의 다 왔다! 라비! 세 번째 총알!”
이번에 우리를 가로막은건 벽이었다.
콰아아아앙!
벽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회색 가루가 우리의 눈을 뒤덮었다.
“프로토! 이게 맞아?”
자엘이 눈에 묻은 회색 가루를 털어내며 말했다.
“내 이름이 왜 프로토겠어! 프로토타입! 알파! 나는 여기에 온 첫 번째 실험체였다고! 여기서 나보다 이 연구소를 잘 알고있는 드래곤은 없어!”
뒤이어 이번에는 무기로 무장한 경비들이 우리를 쫓아왔다.
“다들 조금만 힘내! 이제 정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엘이 네 번째 총알을 발사해 우리가 본 철문중에서 제일 거대한 철문을 폭파시키자 저 앞에 환한 햇빛이 드리워지는 문이 보였다.
그러나,
콰아아아앙!!!
우리 바로 앞에서 땅이 무너지며,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텔로스!”
나는 곧바로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검은 털에 푸른빛이 도는 장식에 네 발. 틀림없는 텔로스였다. 그러나…
“경고한다 경고한다. 당장 연구소로 돌아가라.”
내가 알던 텔로스와는 굉장히 달라보였다. 마치 기계처럼 똑같은 경고만 반복할 뿐이었다.
“텔로스 왜그래?”
나는 천천히 텔로스를 향해 다가갔다.
“라비 안돼! 저건 더 이상 텔로스가 아ㄴ…”
프로토가 소리침과 동시에 번쩍 하며 텔로스의 손에 들린 거대한 낫이 날아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날개가 잘려나가는거같은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제서야 나도 알아챘다. 이건 더이상 내가 알던 텔로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당장 연구소로 돌아가라. 명령에 불응한다면 즉각 사살하겠다.”
텔로스는 천천히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 해…”
자엘이 나를 감싸며 말했다.
“내가 하겠다.”
그때 프로토가 앞으로 나섰다.
“다들 도망가! 텔로스는 내가 맡겠다!”
프로토의 외침에 우리는 서둘러 텔로스를 피해 도망쳤다.
“명령에 불응한자, 즉각 사살하겠다.”
텔로스 감마의 주위로 푸른색 에너지가 모이기며 거대한 낫을 형성하였다.
“프로토 알파, 명령에 불응한 너를 다시 생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거대한 낫을 든 텔로스 감마가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데도 프로토는 계속해서 감마를 노려보았다.
“너는… 지나갈 수 없다!!!”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프로토가 텔로스 감마를 향해 덤벼들었다.
감마는 프로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공중에서 맹렬한 불꽃을 만들어냈다.
“상대의 체력 소모가 심함. 생포확률… 80%… 90%…”
감마는 프로토를 향해 불꽃을 날렸고,
“으아악!”
불꽃에 크게 피해를 입은 프로토가 주춤거렸다.
감마의 공격은 빠르고 정확했다. 마치 프로토의 동작을 예측한것처럼.
“상대의 공격 패턴 분석… 50%… 60%…99%… 반격준비.”
쐐애액!
거대한 낫이 프로토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프로토는 뒷걸음질치며 낫을 겨우 피했다.
쿠우웅!!
낫이 바닥에 내리꽃이며 큰 굉음이 울려퍼졌다.
“이거… 한 대만 맞으면 바로 끝나겠는데?”
프로토가 가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며칠에 걸친 실험으로 인해 몸 상태도 최악인데다 방금 전의 탈출 작전으로 인해 체력소모 또한 심한 상태. 프로토에게는 이미 한계였다.
“너에게 더이상 승산은 없다. 당장 투항하라.”
감마는 더이상 움직일 힘조차 남지 않은 프로토를 향해 걸어왔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때마다 손에 들린 거대한 푸른 낫이 일렁거렸다. 그럼에도 프로토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프로토!”
날개가 반쯤 뜯겨나간 라비는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알타르의 등에 탄 채로 저 아래의 두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프로토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감마에게 힘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라비, 일단은 도망치는게 먼저야. 나중에 다시 구하러 오자고.”
옆에서 자엘이 라비의 등을 다독여주며 말했다.
그렇게 세 마리의 드래곤들은 하늘을 날아 드디어 자신들을 억압해오던 끔찍한 연구소를 벗어났다. 그런데 왜일까?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손에 얻었음에도 그들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각자 눈물을 훔치며, 차마 뒤도 돌아보지 못한채 멀리멀리 날아갈 뿐이였다.
“정말 다행이야…”
힘없이 감마에게 끌려가던 프로토가 중얼거렸다.
“대체 무엇이 다행이라는것인가? 너희들의 탈출은 실패했다. 곧 우리는 너희들의 뒤를 쫓아 생포할 것이다.”
감마가 프로토에게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절대로… 그들을… 잡을 수 없어.”
분명 탈출에 실패한 절망적인 상황이었음에도 프로토의 입가에는 미소가 드리워져있었다. 진짜 기뻐서였는지, 아니면 체념한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프로토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지금부로, 오직 탈출한 실험체들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토콜에 돌입한다. 생포해도, 사살해도 상관 없다.”
연구실 복도 사방에 달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배고파…”
어느 외딴 동굴 안에서 자엘의 날개를 덮고 자던 라비가 힘없이 말했다. 연구소에서 탈출한지 3일째. 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혹시나 쫓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이들은 함부로 동굴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만일 잡히기라도 한다면, 더이상 끔찍한 실험을 당하는것 만으로 끝나지 않을것임을 알고 있으니깐.
펄럭! 저벅… 저벅…
그때였다.
동굴 밖에서 누군가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며 점차 동굴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찾았다.”
드래곤의 그림자가 동굴의 바닥에 어둡게 드리워졌다.
“여기는 딘. 라비를 찾았다. 위치는…”
“다들 물러서.”
자엘이 앞으로 나서며 동굴로 들어온 침입자를 경계했다.
“진정해! 나는 너네들을 해치러 온게 아니야. 오히려 도우러 왔지.”
라비는 그제서야 동굴로 들어온 드래곤이 텔로스 감마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안심했다.
드래곤은 검은색이 아닌 흰색이었으니깐.
“너는 누구냐?”
자엘이 드래곤을 노려보며 물었다.
“나는…”
드래곤은 잠시 이들을 내려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고대신룡이야.”
***
작가의 말
이번 6탄 용들의 컨셉이 상당히 재밌어서 그 스토리를 상상해서 써 보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올렸던 현판 드빌 소설과 같은 세계관이며, 나중에 현판 드빌의 스토리가 완성되면 그 중간에 나올 에피소드로 넣을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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