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날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엄마와 아빠는 없었다.
아빠는 본적도 없을뿐더러 엄마는 당시
두살밖에 안된 나를 이모에게 맡기고 행방불명 되셨다.
제 1화
재물
그 덕에 내 기억의 대부분은 이모와의 추억이였고
나는 누구보다 이모를 잘 알고, 이모를 가장 의지하며 지냈다.
하지만 이모는 날 할아버지에게 팔아넘기셨고
5살 이후 이모를 영영 볼 수 없었다.
세계주는 인간에게 용만큼은 아니지만 소량의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마력을 주었고
인간이 간단한 마법을 쓰는것은 당연한 일이였지만, 난 아니였다
어릴적 기억나지도 않는 사고로 인해 마력을 담는 그릇이 부서져
마력을 응용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 덕에 할아버지는 마력이 흘러넘쳤던,
대마법사였던 엄마와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셨고
자연스레 마을에서는 날 저주받은 아이라며 멀리했다.
그날밤은, 유난히도 이모가 보고싶던 날이였다.
날 이 지옥에 밀어넣은 장본인인데도 말이다.
이 마을은 악룡의 보호를 받는다.
초월체들의 봉인으로 인해 우두머리를 잃은 다른 악룡들은 서로 흩어졌고
보금자리를 정해 그곳을 침범하는 생명체들을 가차없이 없애버리거나
또는 들짐승들을 호령하는듯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어지럽혔지만
몇몇 지능적인 악룡들은 한 구역을 수호해줌과 함께 재물을 바칠것을 악속하며
인간과의 공존을 원하기도 했다.
이 마을이 그렇다. 재해의 용인 칼리스타가 수호하는 특별한 마을
칼리스타가 요구하는것은 10년에 한번, 마을의 사람을 재물로 바치는것이였다.
그리고, 오늘의 재물은.. 나였다.
저주받은 아이.. 나, 라율
"씻고왔냐?"
그래도, 신으로 여기는 칼리스타님에게 먹힐 몸이라 그런지 간만에 깨끗하게 씻을 수 있었다.
개운한 몸으로 씻고 오니 할아버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네"
"신성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거라, 그 뒤로부턴.. 내가 인도하겠다"
칼리스토님은 재해의 용이라 재물과 인도자, 즉 재물의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큰 저주를 내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재해의 영역에는 나와 할아버지 둘이서만 갈것이다.
.
.
.
숲에 들어서자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 울렸다.
허리만큼 자란 수풀은 관리가 안됬음을 증명하듯
높게 자라 있었고, 도저히 길이라고 믿기지 않는곳을
할아버지는 익숙하게 걸었다.
"너도, 아르테이아도.. 이런점은 닮았구나"
"아르테이아면.. 엄마 말씀이시죠..?"
"네 어미도, 재물이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도, 이모도, 주변 어른들도
한번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였으니까
"아르테미아는, 자진해서 재물이 되겠다며 5살에 가버렸다. 아무도 막아주지 않았고, 아무도 대신 가겠다고 하지 않았어
할멈이 기어코 찾겠다고 숲속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어.. 그래서 죽은줄만 알았는데.. 널 낳은걸 보니 살아있었나보네"
"이모는.. 엄마가 여행을 갔다고 했어요"
"..그렇냐"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재단에 도착해있었다.
"미안하다 라율, 할애비가 지켜주지도 못하고.."
"괜찮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나는, 아무도 없는 먼지쌓인 신전에 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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