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잘 부탁해, 리베티! "
우체국의 문이 열리고 편지가 우체국에 부쳐지기 시작하면 항상 듣는 말이에요.
오늘도 열심히 할게요, 맡겨만 주세요! 벌써 눈처럼 쌓인 편지를 가방에 넣어요.
서둘러야 해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으니까요.
가방 안의 수많은 말들이 저와 함께 바람을 타고 날아요, 편지의 수신자가 있는 곳으로요.
저는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요, 편지에 담긴 감정들이 쭉쭉 뻗어나가 길을 가리키거든요.
아침새가 이르게 지저귀는 소리, 어린 아이들의 수다, 찌르르 매미 우는 소리. 그런 것들이 저와 함께 길을 나서주네요.
상큼한 과일향, 촉촉한 흙의 냄새, 숲에서 날아온 풀잎 향기. 도착한 곳은 희망의 숲 거대한 나무 옆 양옥집이네요.
" 안녕하세요? 편지 왔습니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 "
쓰고 있는 집배원 모자가 자랑스럽게 외치며, 저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고 우편함 안에 편지를 넣어요.
안녕? 잘 지내고 있어? 멀리 떨어진 친구의 안부 인사 편지, 그리움과 애정의 감정이 담긴 편지에요. 보고 싶다, 다음에 또 놀자. 또 연락할게, 안녕.
하지만 저는 서둘러야 해요, 가방 안에 쌓여있는 건 아직 하고픈 말들이 많은 편지들이니까요.
그 중에서 특히나 급한 편지가 이정표처럼 길을 안내해주면, 그에 맞춰 저도 서둘러 날아가기 시작해요.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소리, 바닷 바람의 시원함, 파도가 모래를 씻어내리는 소리. 감정은 난파선을 끌어안은 바다 근처 오두막으로 향하네요.
" 안녕하세요? 편지 왔습니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 "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당당하게, 하지만 무섭지 않도록 외치며 우편함을 열어요.
우리 아가, 요즘 어떻게 지내니? 부모님의 막대한 사랑과 성급하지만 노련한 걱정이 담긴 편지에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돌아오거라. 식사 거르지 말고 매끼 꼬박꼬박 챙기렴. 날씨가 추우니 몸 조심하고, 나중에 또 연락하마.
하지만 저는 아직 서둘러야 해요. 이젠 자신이 전해질 차례라며, 자신이 가장 급하다는 수많은 말들이 자신을 뽐내고 있는 걸요.
마음 하나가 전해지면 곧바로 다른 말들이 저를 재촉해요. 내가 먼저야! 아니야, 내가 먼저야! 각자마다 먼저 전해지고 싶은 이유가 있거든요.
그런 마음에 떠밀리듯 땅을 박차고 힘차게, 하지만 잠든 주변 소리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해서 하늘로 날아올라요.
가장 다급한 말들을 먼저 따라서 날아가다 보면, 너무 바빠서 들판의 풀잎 냄새와 바다의 냄새도 구분하지 못하겠어요.
그러다보면 가방 속의 말 많은 마음들이 하나 둘씩 전해지고, 수북히 쌓인 편지들은 어느샌가 줄어드는 게 눈에 띄어요.
그럴 때면 입으로 전할 수 없던 수많은 마음들을 전하는 제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잔잔히 흐르는 강, 그 너머에 시끌벅적한 시장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엘피스 마을이에요.
어느새 오늘의 마지막 편지가 남았어요.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가진 편지는, 평소에도 제가 자주 편지를 배달하던 주소였어요.
...응? 이 편지는 소포와 함께 전해달라네요.
종이봉투로 감싼 커다란 사각형 모양 소포, 가장자리만 빼면 푹 파여있는 게 느껴져요. 아, 알겠다. 이건 액자인가 봐요.
행복한 추억이 들어있는 액자인가 보네요, 들고 있기만 해도 여러 따뜻한 감정들이 느껴져요. 즐거움, 기쁨, 애정, 애틋함... 받는 사람이 이 사진을 보면 분명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 주소에 사시는 분은 항상 슬퍼보였지만, 편지를 전해드리면 기뻐하셨어요. 돌보던 드래곤이 너무 아파 멀리 있는 병원에 입원해서, 편지로만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오늘 전해지는 편지는 슬픈 마음이 담겨있네요.
안타까움과 유감, 그리고 깊은 슬픔이 담겨있어요, 자신이 전해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요.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저는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졌어요. 안돼요, 안돼. 이건 정말 불성실한 일이라고요!
하지만 너무 궁금했어요, 왜 소포와 편지에 담긴 감정이 다른 걸까요? 편지를 빨리 전달해야 하는 것도 잠깐 잊어버릴 정도로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론을 내렸어요.
살짝만 보는 거에요, 아주 잠시만... 편지의 내용이 무엇이든, 신경쓰지 않기로 하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저는 조심스레 봉투의 왁스씰을 뜯어 편지를 열어보았어요. 정말 조금만 보는 거야, 정말 조금만...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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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적어본 글인데
장편으로 이어서 몇편 더 쓸지 아니면 단편으로 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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