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링을 토대로 한 글입니다(플로레×오벡스)
이 글은 전편, 나머지 이야기는 후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
바야흐로 유타칸 역시도 완전한 겨울에 접어들었다. 살갗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 보금자리로 귀가하는 용들의 걸음이 합심이라도 한 듯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개중에는 뒤늦게 먹이를 구하느라 열심인 용이 있으면, 일찍인 초가을부터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부지런한 용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오벡스는 후자에 속했다.
제발요, 스타 후르츠 세 개만 빌려 주세요!
딱 해츨링 시기에 걸맞은 앳된 용의 목소리가 동굴을 거세게 울렸다. 윽, 오벡스는 낮게 앓는 소리를 내며 귓가를 앞발로 틀어막았다.
말했지,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오벡스의 앞에 선 큐피트는 동동 뒷발을 굴리며 애절한 표정으로 한껏 자신의 불쌍함을 표했다. 하나, 한두 번씩 이 어린 용의 어리광을 눈 감아 주면 나중에는 두세 번, 이윽고는 너덧 번씩 자신의 보금자리에 찾아올 게 분명했고, 오벡스는 그럴 미래가 달갑지 않았다. 동굴의 손님은 플로레로 충분했다. 이따금씩 상냥한 녀석이 동행을 거절하지 못해 따라오는 루시오도 솔직히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직 어린애일 뿐인 큐피트가 제 자리에 드나드는 건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니, 벌써 두 시간째다. 이제 네 집으로 돌아가.
더는 칭얼거림을 듣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던 오벡스는 단호히 동굴 밖을 앞발로 가리켰다. 이 이상 아무리 졸라도 소용이 없을 것임을 확실히 깨달은 큐피트는 울상으로 동굴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어쩔 도리 없이 빈 손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생긴 큐피트가 툴툴댔다. 스타 후르츠 세 개 빌려 주는 것조차 아까워하다니! 큐피트의 생각에 오벡스는 유타칸 역사에 길이 남을 짠돌이가 분명했다. 게다가 그 인상 쓴 표정하고는! 짜증을 단발에 토해낸 어린 용은 괜한 화풀이로 제 화살을 동굴 근처에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벡스는 작게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두 시간이나 잡아먹다니. 조만간 약속대로 플로레가 찾아올 시간인데,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동굴 안을 정돈하기엔 턱 없이 모자랐다. 오벡스의 어두침침한 성격대로 휘황찬란하고 화려하게 제 동굴을 꾸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보기 좋은 형태를 갖추는 게 나을 터였다.
… …플로레.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리는 순간, 오벡스는 빨라지는 심장 근처의 박동에 흠칫 동작을 멈췄다. 맹세컨대 한 번도 이랬던 적은 없었다. 어린 불청객과의 시간에 피곤함이 쌓인 탓이겠지. 이깟 일로 굳이 엄살을 떨어 치료를 받고 싶지는 않았던 오벡스는 단순 피로 증상으로 치부하려 했다.
부스럭.
수풀이 바스락대는 소리가 오벡스의 예민한 귀를 스쳤다. 이건 분명 인기척이다. 오벡스는 혹시나 큐피트가 다시 돌아온 건 아닌지, 불확신의 경계를 마음에 품고, 동굴 입구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 발, 두 발…
…이런, 오벡스.
들켰네요.
그리고 들려온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는 오벡스에게 아주 익숙한 류의 것이었다. 의식하지 않고도 잔뜩 굳어 있던 표정이 미약하게나마 풀렸다. 오벡스는 굳이 화답하여 플로레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대신 풀숲에서 나온 플로레를 동굴 안쪽으로 인도했다. 플로레 역시도 이를 개의치 않는 듯 순순히 주인의 안내를 따랐다.
간만에 드빌컬로 창작글?을 써 보고 싶어져서…
개인적으로 플로벡스는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해요… ^///^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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