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터널 밑으로 내려간다.
바람 한 줄기 없는 플랫폼,
그곳엔 여전히, 너희가 서 있다.
같은 대사, 같은 시선.
나는 매번 다른 답을 해보지만,
너는 언제나 그 표정으로 되묻는다.
“요즘 시대에 누가 성냥을…”
그 말이 스크립트인지, 진심인지 모른 채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로, 다음 칸으로 걸었다.
오래된 조명 아래, 먼지가 비처럼 내리고
화면의 픽셀이 부서지듯, 너의 윤곽도 흔들린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때마다 더 선명해진다.
내가 널 기억하려 애쓸수록.
업데이트가 오면,
너는 나를 알아볼까.
아니면 새로운 스크립트 속 이름 모를 이에게
똑같은 눈으로 웃게 될까.
그래도 나는 기다린다.
너의 눈동자가, 단 한 번이라도 흔들리길.
그게 버그라도, 나는 믿을 거야 — 살아있다고.
.
.
.
언젠가 이 게임이 업데이트 할거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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