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건물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인간이 만든 숲……그 사이에는 어느 곳으로 빛을 비춰도 언제 어디서든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한 낮 임에도 건물의 그림자에 가려져 어두워 보이는 골목 사이로 째깍 째깍, 낡은 벽시계의 태엽 소리가 작은 물결 파동이 동굴 전체를 둘러 이르듯 들려왔다.
같은 골목에 위치해 있으며 그림자에 뭍혀진 타 건물들과 달리 하늘의 눈길을 끌어드린듯 강렬하지도, 희미하지도 않는 나긋한 햇살이 비춰져있는 작은 상점의 건물.
상점의 상호를 알려주는 듯한 표지판엔 흡사 서예 선생이 먹으로 쓴 것 같은 글씨체로 ‘이것저것 골동품’이라 써져 있었다.
상점은 외간상으로 보았을 때 근처에 위치한 건물들과 달리 지어진지 상당히 오래된 듯 보였다.
건물을 지탱하는 듯한 나무판자는 풍화로 인하여 색을 잃은지 오래인 데다가 가운데 속이 파여 곧 바로 건물 전체가 무너질 것 만 같았으나, 그 속에 들어있는 신비한 물건의 힘 때문인지 멀쩡했다.
곳곳에 보이는 오묘한 빛깔의 돌조각들은 왠지 모를 신비함마저 느껴졌고, 상점의 입구로 보이는 문은 괘종시계의 모양이었으며 윗 중앙엔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시계바늘이 소리내고 있었다.
째깍…째깍…….
균일하게 울려퍼지며 귓속을 맴도는 작은 소리를 계속해서 듣자하니 간단한 리듬처럼 들리기도, 작은 요정들의 발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소리의 밝자국을 따라 청각를 귀기울이니 행선지의 종착은 가게의 문이었다.
‘손님’은 이 문을 열지 말지 망설였다.
……손이 이끌린다.
손잡이를 움켜쥐고 이 수상적인 문의 안을 살펴보고 싶다.
하지만, 망설인다.
호기심. 하지만 그뒤로 따로오는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호기심을 억누른다.
평소의 ‘손님’이라면 그저 돌아았을 것이다.
마음속 한 켠에 치우쳐진 ‘호기심’이 어째서 들어가보지 않았냐며 투덜거리는 것을 느끼며 심장이 옥쇄여오듯 조여도, ‘손님’은 일상처럼 얕은 후회와 그래도 낯선 것을 피해서……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는 둥.그저 자기 스스로 자위했을 것이다.
하지만……평소의 스스로와 다르게 유독 오늘따라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 가게 특유의 ‘신비로움’ 때문일까?
손은 이미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본인도 놀란듯 작은 두 눈이 토끼눈처럼 커졌으나, 그가 발을 안으로 내딛은 순간 그의 인형은 블랙홀에 먹혀버린듯 사라져있었다.
***
어둠이 눈을 가린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평소였다면 차갑고 거칠며 무겁게만 느껴질 어둠이……그래, 따듯하며 푸근하게만 느껴졌다.
머릿속을 잔뜩 해집으며 다니며 두통을 안겨주던 많은 생각들이……이 순간만큼은 잠을 자듯 고요했다.
아
이런 생각을 하게된 순간, 시야가 순식간에 빛으로 물들어지며 내가 서있는 장소를 그려주었다.
시간의 풍파를 맞은듯 생기를 잃어 시꺼멓게 변질한 목재 선반.
의자 위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있어 지금당장이라도 청소해야만 될것 같다.
하지만……그러한 것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들은 흡사 나비처럼 날라다니며 먼지를 흩뿌렸고, 날다가도 힘이 붙인것인지 몇몇 낡은 책은 책꽂이에서 달그락 거리며 대화를 나누는듯 보였다.
……아마도, 저 책들 때문에 먼지가 생긴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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